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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발언 전문. "박원순, 4년 간 속옷 사진·음란 문자 보냈다…서울시는 묵살"

시사窓

by dobioi 2020. 7. 1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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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사건이다. 파면 팔수록 더하다. 서울시청의 문화가 그랬다는 것이다. 수장인 박원순 시장부터 그랬으니, 아랫것들은 오죽했겠는가.

 

그런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범죄사실을 살아서는 감당 못할만했었나 보다.

 

결과를 더 지켜봐야할 일이겠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발언 전문]

 

1. 사건지원의 배경
 
먼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피해자분의 용기에 온 마음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본 사건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입니다. 이는 4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오랜 고민 끝에 지난 7월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고소를 한 직후에 피해자와 변호인을 만나 면담을 했습니다. 우리가 접한 피해사실은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 언급, 신체접촉, 사진 전송을 하는 등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곧바로 고소를 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부서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습니다. 본인의 속옷차림 사진전송, 늦은 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대화 요구, 음란한 문자 발송 등 점점 가해의 수위는 심각해졌고, 심지어 부서 변경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구 1천만 명의 대도시인 서울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떠한 거부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의 특성을 그대로 보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법적, 의료적, 심리적으로 지원하고 우리 사회 성문화를 바꿔가며 여성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활동하는 우리 두 단체에서는 이 사건을 접하고, 피해자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이 사건이 형사사법절차상 수사·재판을 제대로 거쳐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상황이 전달되었고,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피해자는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는 등 더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2. 이 사건의 의미
 
이 사건은 전형적 직장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망인이 되어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 온 사회적 리더였습니다. 그럼에도 그 또한 직장내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희롱, 성추행을 가했습니다. 서울대 교수 성희롱 사건 이후 성희롱 예방이 법제화가 되었고, 그 또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장 내 성폭력 예방교육을 성실히 이수해온 듯 했지만, 본인 스스로 가해 행위를 성찰하지도 멈추지도 않았습니다.
 
더욱이 미투운동,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 가까이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안이 누구보다 자신에게 해당된다는 점을 깨닫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성폭력의 행위자가 죽음을 선택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만약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떠한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남겼을 뿐인데, 피해자는 이미 사과받은 것이며 책임은 종결된 것 아니냐는 일방적인 해석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력으로 가해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되었습니다.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투명하고 끈질긴 남성중심 성문화의 실체와 구조가 무엇인지 통탄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투’ 운동 이후 우리 한국사회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 속에 있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들은 참지 않고 말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며,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피해를 입고도 숨죽이며 살아갈 사람이 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위력성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점을 통렬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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